그래서 인공지능이 대체 뭔가요?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이전 글에서는, 인공지능의 기본인 전자계산기(computer)의 원리를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현재까지의 AI 기술로 자비스나 아이로봇을 만들기는 아직 부족하지만,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우리의 취향에 맞춰 콘텐츠를 추천하기는 충분하죠. 그래서 이번에는, 서비스에 인공지능이 적용됐을 때 어떤 방식으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여행서비스를 실제로 기획한다고 가정하고, 기획 전 분석 단계부터 알아봅시다.
그런데 그 전에 먼저, 산업혁명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산업혁명
사실, 산업혁명을 최대한 간단히 이야기하면 “영국의 GDP 성장률이 이전보다 높게 나타난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산업혁명 전후로 사회 구조가 매우 크게 변화했으므로 우리는 이 시기에 대해 “혁명”이라는 말을 붙여 이야기할 수 있죠. 그래서 산업혁명에 대해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맥락을 함께 생각해봐야 합니다. 여기서는 삼각무역(경제), 인클로저 운동(사회), 종교개혁(문화)의 세 측면에서만 알아보겠습니다.
아래 설명은 이전 글과 동일하게, “매우 간략화된 설명”입니다.
각 요소마다 시기가 판이하며, 다양한 원인이나 복잡한 인과관계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단순 참고용으로만 사용해주세요.
삼각무역
아프리카나 남미 등에서 노예를 구입해서 북미 등 플랜테이션 농업지대에 공급하고, 그곳에서 다시 목화를 수입하여 유럽 대륙에 공급하는 무역 방식이었습니다. 이렇게 저렴한 목화가 유럽에 공급되자, 유럽의 면직물 산업이 급격히 부흥하게됩니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고 가정했을 때(Ceteris paribus), 원자재값의 하락 등으로 생산 비용이 감소하면, 공급곡선은 우측으로 평행이동하게 됩니다. 즉,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량이 증가한다는 뜻이죠. 이러한 변화는, 산업혁명의 큰 원동력이 됩니다. 한국의 경우, 80년대 3저 호황(저유가, 저달러, 저금리) 시기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인클로저 운동
기존 중세 장원제도에서는 목초지에 특별한 경계선이 없었습니다. 농경지는 중요한 토지였지만, 목초지는 단순히 양이나 소 등을 방목하는 공간일 뿐이었죠. 그런데 양모 가격이 상승하자 양 사육이 늘어나고, 목초지에서는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토지 소유자(주로 귀족)들은 스스로 양을 사육하여 양모를 공급하려 시도하죠. 그래서 자신들의 땅에 울타리를 쳐서 소유권을 표시하고 자유로운 방목을 금지합니다. 결국, 기존에 시골에서 방목하며 살던 사람들은 생산수단을 잃게 되고, 도시로 모여들어 임금노동자가 됩니다. 즉, 도시에는 저임금 노동력이 풍부하게 공급된 셈이죠.
종교개혁
그런데 이런 도시화 과정은 종교개혁과 매우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볼 수 있듯, 이제 공업과 상업, 심지어 금융업에 종사하는 일 또한 더 이상 “죄악”으로 취급받지 않고, “축복과 증거이자 구원의 확신”으로 여겨집니다. 이렇게 축적된 부는 생산시설에 대한 재투자로 이어지고, 다른 요소(원자재값 하락, 저임금 노동력 공급 등)와 결합하여 급격한 생산력 증대로 이어집니다.
더 쉽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대규모 생산과 소비가 가능해짐
- 좋은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어짐
- 생존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음
즉, 이때부터 사람들은 공산품의 평가 기준에 디자인을 넣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산업혁명 시기를 기준으로 현대사회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차이가 커보입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와 고속 무선통신망이 보편화된 21세기를 비교할 수는 없고, 무엇보다 2000년대 초반과 2021년을 비교하기에도 맥락이 전혀 달라보이죠. 왜냐하면, 인류는 특정 시기(대공황, 오일쇼크 등)를 제외하면 항상 경제규모가 성장하고있었고, 기술력의 성장은 (1, 2차 대전 시기를 포함해도)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 산업혁명을 “1차 산업혁명”이라 부르고, 그 이후에 일어난 발전상을 2~4차 산업혁명으로 분류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은데요, 아래 표에서 디자인 개념 부분을 유심히 봐야합니다. 바로 UI/UX디자인의 영역이기 때문이죠.
산업혁명과 디자인 개념
구분 | 키워드 | 요약 | 예시 | 디자인 개념 |
---|---|---|---|---|
1차 | 규모 | 기계의 발명, 공업화 | 증기기관차, 타이타닉 | 심미성 |
2차 | 기술 | 전기, 전화, 대량생산 | 관광상품, 호텔 | 조형성, Identity |
3차 | UI/UX | 컴퓨터, 자동차, 인터넷, 정보화 | 소셜 미디어, 추천서비스 | 사용자 중심, 사용자 경험 |
4차 | AI UX | 지능화, 인공지능, 개인화 | 인공지능 비서 | 개인화된 경험 |
만약 여행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제공한다고 할 때, 각 단계에서 제공할 수 있는 UX 개선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 1차 산업혁명
더 큰 마차와, 고급스럽고 편안한 좌석. 개별 여행에 더 많은 자원(돈+시간)을 투입하여 품질을 높이고(투자),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여행을 가는 방법(규모의 경제)으로 저렴한 여행 비용을 보장한다. 이 단계에서, 여행상품 자체는 가격이라는 단일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 2차 산업혁명
사람이 기계를 이해하는 시기. 여행사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사용자는 여행 잡지 등에서 정리된 정보를 획득한 뒤 여행 상품을 구매한다. 이 단계에서부터 정보가 중요해지나,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정보는 많지 않다. - 3차 산업혁명
기계를 이해할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시기. 인터넷 쇼핑몰의 추천서비스를 통해 상품을 소개받을 수 있고, 여행코스를 직접 구성하여 떠날 수 있다. 일정관리 앱을 사용하여 여행 코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거나 공유할 수 있고, 여행 기록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험을 확장한다. - 4차 산업혁명
기계가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시기. 개인이 휴대하는 전자기기가 단순히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스스로 정보를 만들어내고 인간을 보조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용자의 데이터까지 다양하게 분석하여, 개별 사용자 취향 맞춤형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다.
기존 사용자 경험
최대한 간단하게, “친구와 함께 저녁식사”라는 일정을 한 번 소화해봅시다. 이런 간단한 일정에도 수많은 선택지와 장애물이 존재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정보 수집과 연락, 의사결정 등의 과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식당 정보 및 이동방법 탐색
저녁 약속시간은 정해졌지만 아직 장소는 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어느 식당에 방문해야 괜찮은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서 리뷰를 보고 괜찮아보이는 곳을 찾거나, 아예 지도나 식당정보 앱에서 별점을 확인 후 방문 장소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 메뉴와 가격을 보고, 심지어 이번달에 카드를 얼마나 썼는지 생각하기도 합니다.
일단 장소가 정해졌으니, 이제 해당 장소로 가는 길을 찾아야합니다. 각 경로와 교통수단별로 이동시간 및 비용을 확인하고, 어떤 방법을 택해야 덜 힘들까에 대해서도 고민합니다. 또한, 출퇴근 시간대를 피해서 덜 혼잡한 시간을 택하고 미리 가서 기다리는 등의 방법을 선택합니다.
이동
장소와 이동수단 선택이 끝나면 이제 이동할 시간입니다.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으로 뉴스나 SNS 타임라인을 보거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혹은 그냥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때울 수도 있죠.
그런데 이동 중 계획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열차가 지연된다거나 사람이 많아서 열차를 놓칠 수도 있고, 가려는 곳에 예약전화를 했는데 쉬는 날일 수도 있고, 가다가 지쳐서 잠시 앉아서 쉬었다 갈 수도 있습니다. 별 일 없이 잘 도착한 다음에도 대기가 너무 길다싶으면 기다리거나 아예 다른 장소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메뉴 고른 뒤 식사
별 일 없이 자리에 잘 앉았으면 이제 메뉴를 고를 시간입니다. 평소에 가리는 음식이 없다면 좋겠지만, 취향이 맞지 않거나 알레르기가 있으면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죠. 그리고 예산 범위나 당일 재고에 따라서도 선택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음식이 나왔고, 사진도 찍었고, 그래서 잘 먹기가 끝났습니다. 괜찮은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으니, 음식점 리뷰 서비스에 좋은 평가를 남기면 됩니다.
개선
그런데 여기에 디자이너가 개입하면,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저희는 이를 아래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살펴보는 UI/UX 관점
- 인공지능을 적용하여 개개인에게 최적화하는 AI+UX 관점
UI/UX 관점에서 개선
먼저,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살펴봅시다. 사용자 페르소나에 따른 행동을 시나리오로 정리했으면, 이제 각 상황에 맞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일정관리 기능
저녁식사라는 “특정한 장소와 시간”을 정해두고, 해당 일정을 친구에게 공유(혹은 협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한 현재 위치와 목적지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여 출발 알림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열차가 지연되거나 특정시간이 붐비는 경우, 다른 교통수단을 활용하라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기록 관리/공유기능
캘린더에 일정을 등록했으면, 거기에 사진/영상/텍스트 기록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지도 위에서 확인하거나, 시기별로 정리하여 앨범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앨범 안에 음식사진과 친구 사진이 함께 있다면, {친구 이름}과의 저녁식사라는 앨범이 될 수도 있죠. 또한 이러한 기록을 잘 정리하여 SNS나 블로그 등에 공유하여 광고수익을 얻기도 합니다.
자동화된 추천서비스
일정을 등록하지 않았더라도 카드결제 패턴이나 사용자의 위치 기반으로 주변 식당이나 즐길거리를 SNS 타임라인에 표시할 수 있습니다. 검색 기록을 바탕으로 쇼핑몰 화면을 개인화하여 보여주는 방식과도 유사합니다.
그리고 여기까지는 기존 앱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AI+UX 관점에서 개선
여기서는 UI/UX가 아니라, AI+UX라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 AI 자체는 화면이 없어, 작동 여부를 사용자가 확인하기 어렵다.
- AI는 단지 잘 가공된 통계를 서비스에 실시간으로 적용한 결과와 같다.
- AI는 (아직) 사용자의 행동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위 세가지 이유는, AI를 바라보는 세가지 관점인 “이해-보조-대체”와 관련이 깊어요.
- 이해: 인간이 처한 맥락을 수집/정리하여 이해한다.
- 보조: 이해한 정보를 대량으로 처리하여 인간에게 도움되는 정보를 제공한다.
- 대체: 인간이 하기 어렵거나 복잡한 일을 대신 처리하고 최적화된 방법을 제시한다.
사실, AI가 할 수 있는 일은 인간 또한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매우 많은(종종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할 수 있죠. 기계는 인간의 지각능력을 뛰어넘는 센서를 수없이 많이 보유하며, 센서 등으로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자료(데이터)를 취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렇게 다양한 정보를 매우 짧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고, 이 과정을 지치는 일 없이 꾸준히 처리할 수도 있죠. 또한, 동일한 과업을 할 때 사람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사실, 비용 부분은 논쟁의 여지가 있어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소비 전력 효율 측면에서만 보면,
약 5만 배(20Wh vs 1,000,000Wh) 차이가 나죠.
대신,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전력대 성능비(TDP 포함)는 계속 나아지는 추세입니다.
아마존의 창고정리 로봇이나, LG의 CLOi 배송로봇 등의 연구가 활발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처리 기록을 모든 (호환 가능한) 기기가 공유하여 학습하며, 각 기기를 대체하기도 쉬워요. 사람은 어느정도 대체 가능하게 되려면 12년 이상의 교육기간이 필요하며, 이조차도 완벽하지 않아서 인수인계자는 매뉴얼 만드는데 한 달 이상 필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AI는, 클라우드 등을 통해 환경이 공유되면 즉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Docker(컨테이너)나 VirtualBox(VM), Hyper-V등의 가상화를 적용한다면, 기존에 사용하던 환경을 짧으면 몇 분, 길어야 하루면 구축이 가능합니다.
AI를 바라보는 관점
관점 | UX | 기능 | 한계 |
---|---|---|---|
이해 | 맥락 이해 | 인간이 처한 맥락을 수집/정리하여 이해한다. | AI 자체는 화면이 없어, 작동 여부를 사용자가 확인하기 어렵다. |
보조 | 빅데이터 연산 | 이해한 정보를 바탕으로 인간에게 도움되는 정보를 제공한다. | AI는 단지 잘 가공된 통계를 서비스에 실시간으로 적용한 결과와 같다. |
대체 | 최적화된 제안 | 인간이 하기 어렵거나 복잡한 일을 대신 처리한다. | AI는 (아직) 사용자의 행동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
참고자료
- 위키피디아 – 제4차 산업 혁명
- Jacques Mattheij – Another Way Of Looking At Lee Sedol vs AlphaGo
- 이웅호, 이혜자. (2017). 영국 산업혁명의 의의와 시사점. , 32(1), 81-106.
- Max Weber. (1905).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김원호. (2016). 4차산업혁명, 마케팅 혁명의 길. 마케팅, 50(2), 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