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는, AI UX의 과거와 현재를 소개했습니다.
이번에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맥락 이해
데이터 수집 및 분석
AI는 본질적으로 통계와 동일합니다. 복잡하게 흩어진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고, “X라는 특성을 보이는 사람들은 Y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를 알아내서, 서비스에 적용하는 방식이죠. 쉬운 예시로, “날씨가 더우면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린다”를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 문장 자체는 당연한 상식이지만, 단순 비례에 속하는 기온-판매량이 아니라, 영화나 음식 취향, 심지어 의류나 화장품 브랜드 선택에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통계를 사용한 패턴화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이 바로 “선형회귀분석”입니다. 아래 예로 든 그래프에서 붉은 점은 단건으로 수집된 데이터이며, 푸른 선은 해당 데이터의 추세(trend)를 가상의 선으로 나타낸 결과입니다. 특정 날짜의 기온과 아이스크림 판매량을 수집하면, 일기예보를 통해 아이스크림 판매량을 예측할 수도 있게된다는 뜻이죠.
그런데 이 때, 아이스크림 할인행사나 PPL 등으로 인한 일시적 급증 등으로 잘못된 데이터가 포함되면, 전혀 다른 추정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수학적 방법론이 적용되지만, 가장 쉬운 해결책이 존재합니다.
- 더 많은 데이터(양적)
- 잘 정리된 데이터(질적)
그리고 이 분야에서 최고는 역시나 구글입니다. 2020년 AI 연구 지수 기준으로, 구글은 AI 연구에 있어 가장 많은 성과를 보이는 연구집단입니다. 그리고 이 뒤를 MS(6위), 페이스북(8위), IBM(21위)등이 빠르게 뒤쫒고 있죠. 의외로 애플은 순위에서 뒤쳐지는 편인데(86위), Siri 서비스 제공 또한 이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음성인식 비서를 제공하면 음성 데이터 기반의 자연어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중국은 인건비가 낮아 데이터 라벨링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AI 기술 발전속도가 매우 빠르고, 덕분에 순위가 급상승하는 추세입니다. 한국 또한 통신망이 잘 발달돼있고 인터넷 보급률 또한 세계 최상위권이며, 정부-학계-민간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어 AI 연구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카이스트 20위, 서울대 44위)
- 사용자가 데이터 라벨링에 직접 참여하는 예시로, 캡챠(CAPTCHA)가 있습니다. 서비스 제공자는 보안과 데이터 분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죠.
- 넷플릭스 작품을 왓챠에서 추천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인데요, 왓챠는 넷플릭스에 비해 데이터 절대량은 부족하지만, 데이터의 품질이 높아(사용자가 직접 취향을 기록하므로) 추천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사용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 수집은 AI 기술 발전에 있어 필수적인 사항입니다. 각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 또한 정보 수집이 목적인 경우가 많죠. 아래는, 각 플랫폼에서 제공하는(그 중 기획자가 개인적으로 사용해본) 서비스와, 해당 서비스에서 수집 가능한 데이터입니다.
위에 제시된 서비스는 대부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무료로 사용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있기도 하죠.
“상품이 무료로 제공된다면, 내가 상품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현재 구글은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구글 서비스 내에서 개인에게 최적화된 광고를 표시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만약 지금 사용중인 브라우저로 구글에 로그인 되어있다면 Google 광고 개인 최적화 페이지를 방문해보세요. 단지 활동 기록을 분석했을 뿐인데, 우리에 대한 정보를 꽤 잘 알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수집한 데이터를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하여 사용자가 처한 맥락을 더 구체적으로 인식하기도 합니다. 사진 보관 서비스를 예로 들자면, 사진 파일과 함께 기록된 메타데이터(셔터속도, 감도, 조리개, 위경도, 시간 등)를 기반으로 풍경이나 인물, 음식 사진 등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이미지 자체를 분석하면, 피사체의 속성을 알 수 있고,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여 어떤 사람인지와 함께 그 사람의 감정을 읽어내기도 합니다.
위치/가속도센서/마이크를 조합하면, 그 사람이 이용중인 교통수단을 파악하거나, 어떤 공간(자동차, 개인공간, 미디어 시청 등)에 있는지도 추측이 가능하죠. 이를 통해 각 도로의 혼잡도를 파악하거나(스마트폰 99개로 구글맵 속이기), 심지어 통신 정보를 수집/분석하여 대중교통 혼잡도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는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상상으로 묘사되는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여러분의 스마트폰에서 이용 가능한 서비스입니다.
빅데이터 연산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위치기록과 결합하면 아래와 같은 정제된 자료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 시간/위치별 결제금액
- 경로별 가속도/심박수 분석
- 도로 혼잡도 상황
- 시간대별 대중교통 사용량
- 특정 장소(POI) 선호도 및 키워드
- 개별 사용자 취향분석
- 장소별 사진 촬영 트렌드 및 사용자 표정
- 위치별 SNS 업로드 패턴 분석
이외에도 다양한 통계자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단계까지도 단순한 자료에 불과하며, 이 자료를 특정 관점에 따라 분석/정제해야 실제로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되겠죠. 다양한 방법이 있겠으나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독립변수간 상관관계 분석
- 기간(시점)별 패턴화
- 시기별 추정과 검정
여기까지 진행하면, 여행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할 경우 아래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됩니다.
{특정 사람}이 {특정 기간}에 {특정 지역}으로,
{동행인 목록}등 {사람 수}와 함께 여행을 가는데,
전체 예산은 {금액}이다. 최적화된 여행 일정은?
하지만 여기서 다시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람은 스스로도 무엇이 최적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인공지능은 사람이 모르는 답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어떤 여행 코스를 제시했을 때 그것이 좋다/나쁘다는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는 답하기 어렵지만, “민트초코쿠키 하나 줄까?”는 쉽게 답할 수 있다는 뜻이죠. (좀 더 알고 싶으시다면 P-NP 문제를 확인해보세요)
즉, 여기서 UX 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사람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직관적으로 해결하고, 자신의 경험과 당시의 감정에 따라서 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단순히 MAU(월간 활성 사용자) 그래프만 보기보다는, 사회과학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적용함이 마땅합니다. 작은 가설을 검증하고 사용자 반응에 따라서 개선을 철회하거나 다른 개선을 반복해서 적용하는 방식이죠. 바로, 반복 디자인 과정입니다.
반복 디자인 과정
사회과학 | UX 디자인 | 서비스기획 |
---|---|---|
가설 수립 | 프로토타입 제작 | 신규 서비스 기획 |
연구방법론 정의 | 시나리오/페르소나 정의 | 핵심 성과 지표 설정 |
자료 수집 및 분석 | 사용성 테스트 | 광고 유입 분석, A/B 테스트, 퍼널 분석 |
가설 채택 및 의사결정 | 평가 | 성과 분석 |
지금 당장 최적화된 제안을 제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반복 디자인 과정을 거치면, 다양한 개선과 테스트를 통해 “더 나은 제안”을 제공할 수 있게됩니다. AI를 적용한 여행서비스 기획 또한 이와 비슷한 과정으로 진행해보려 합니다.
더 나은 제안
여행 전/도중/후 우리는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완벽한 계획을 가지고 출발한 여행이라도, 현지 날씨나 그날의 컨디션, 그 외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죠. 잘 생각하고 간 곳이 의외로 취향과 맞지 않는 곳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최고의 플랜을 제공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워요. 하지만, 실시간으로 사용자에게 여행을 보조하는 여행 가이드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도로 상황과 대중교통 혼잡도, 날씨와 체력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이동 경로를 제안하고, 이동 중에도 경로 주변에 있는 장소(POI)에 대한 방문시간대별 리뷰/별점 등의 사용자 반응을 탐색하여 사진찍기 좋은 곳을 알려줄 수 있죠. 숙박시설이나 식당을 예약한 정보를 여행일정에 자동으로 등록하고, 여행기간동안 촬영한 사진을 하나의 사진첩으로 묶어 다음번 여행에 참고할 수 있게 합니다.
이렇게 사용자에게 제안하기 위해서는, 다시, UX 리서치가 필요해집니다.
UX 리서치
예를 들어, 특정 코스로 이동하고자 하는 경우 해당 코스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는 변수가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페르소나를 설정하여 시나리오를 가정할 수도 있고, 개별 사용자 대상 인터뷰를 활용하기도 하죠.
또한, 각 일정에 대해 사용자가 어떤 지점을 불편하게 여기는지 확인하고 정의합니다. 여기서 기본 정보는 해당 코스를 사용하는 시간이나 날씨, 각 경로별 고도(경사도)에 따른 필요 체력 등이 되겠죠. 그리고 사용자별 정보는 해당 사용자의 이용 시기(시간/날짜)나 사회-경제적 지위(Socio-Economic Status)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변수를 UX 기획자가 정의하고, 각 변수 간 상관관계를 측정하여 만족도라는 임의의 변수를 극대화 해야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매우 많은 데이터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통해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을 요청하면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실제로 여행 서비스를 AI UX 관점에서 기획해보겠습니다. 그러면, 다음글에서 만나요!
Mets HIT UX Team
참고자료
- 위키피디아 – 선형회귀분석, 데이터 라벨링, 캡챠, 교환 이미지 파일 형식, 휴리스틱 이론, 사회-경제적 지위, 지도학습
- 조선일보 – [Tech & BIZ] AI의 머신러닝, 알고보니 中·인도의 값싼 노동력 덕분
- 블로터닷넷 – 왓챠의 넷플릭스 활용법, ‘왓플릭스’
- Gleb Chuvpilo – AI Research Rankings 2020: Can the United States Stay Ahead of China?
- Shaughnessy, 조영일, Zechmeister, Zechmeister, Eugene B., & Zechmeister, Jeanne S. (2016). 사회과학에서의 연구방법론.
- 최치원(2013). 막스 베버(Max Weber)의 ‘가치자유’와 사유의 의미에 대한 정치사상적 해석. 한독사회과학논총 2014, vol.24, no.3, pp. 57-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