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와 인터페이스를 제작할 때,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라는 말은 이제 너무나 당연합니다.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 등 프로젝트의 모든 관계자들은 서비스를 “쉽게” 제공하기 위해 오늘도 총력을 쏟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알아보고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함이죠.

그런데, 인간은 합리적인 사고와 이성적 판단을 통해, 복잡한 문제를 충분히 풀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을 활용하면, 더 복잡하고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죠.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쉽게” 만드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쉽게” 만드는 것이 그토록 중요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간의 뇌가 그것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뇌는 간뇌, 중뇌, 전뇌의 3개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간뇌 >

간뇌는 뇌의 가장 안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인간의 본능과 관련된 부분을 담당합니다.
호흡, 심장박동, 혈압 조정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인데요, 위험한 상황에서 “도망쳐!”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이 바로 간뇌입니다.
뇌의 진화 단계 중 가장 처음에 생성됐다고 하며, ‘파충류의 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중뇌 >

중뇌는 뇌의 중간 영역에 있으며, 인간의 감정 기능을 담당합니다.
간뇌로부터 도망치라는 명령이 전달되면, 중뇌는 이 상황에서 두려움의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감정 표현은 파충류에게는 발달하지 않은, 포류유 고유의 행동이기 때문에, ‘포유류의 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전뇌 >

전뇌는 우리 뇌의 가장 바깥쪽에 있으며, 우리의 이성을 담당합니다.
대뇌 피질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의 뇌 중 가장 마지막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인간만이 가진 뇌이기 때문에, ‘인간의 뇌’ 혹은 ‘이성의 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인간의 뇌’인 전뇌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입니다.
평소 내리는 판단의 90% 이상이 ‘파충류의 뇌’인 간뇌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이성적인 사고를 통해 생각하고 검증하여 판단하지 않습니다.
감정보다 더 이전 단계인, 본능적인 ‘느낌’을 통해 판단합니다.

이것이 서비스와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면서 “쉽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간뇌를 위한 디자인이란, 사용자에게 편한 디자인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는 최대한 직관적이며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이 될 것입니다.

 

 

 

 

뇌는 언제나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려 합니다.

 

파충류는 냉혈 동물에 속하며, 온혈 동물과는 ‘에너지 보존’ 부분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냉혈 동물은 에너지 보존에 취약하기 때문에, 꼭 필요할 때가 아니라면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필요 없는 에너지 손실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죠.

 

간뇌는 우리 생각의 90%를 담당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파충류의 뇌 답게, 에너지 보존에 최선을 다합니다. 즉, 생각하기 싫어합니다.
뇌는 우리 몸의 1/40밖에 차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체 에너지의 20%를 소비하죠. 생각을 덜 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라는 뜻입니다.

생각을 덜 하는 방식을 살펴보기 위해, 마트에서 과자를 한 봉지 구입하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과자 가격이 합리적인지 판단하려면, 주변 마트의 과자값, 원가대비 판매 가격, 집까지 들고 가는 수고에 대한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자 하나를 위해 그렇게까지 고민하지 않습니다. 항상 모든 가능성과 정보를 종합해서 판단한다면, 우리는 하루도 견디지 못하고 녹초가 되겠죠. 그래서 그냥 바로 옆에 있는 과자 가격이나, 지금 가진 돈 등을 기준으로 잠시 고민하고, 카트에 넣을지 진열대에 놓을지 결정합니다. 이와 같은 행동을 “제한적 합리성”이라 합니다. 최적이 아니라, “적당히”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립니다.

 

우리는 이렇게 사물을 직관적으로 판단하도록 진화했죠. 그 이유를 설명하는 재미있는 이론이 있습니다. 초기 인류에게 있어, 직관적이고 빠른 판단이 생존에 유리했다는 설명입니다. 

야생에서 살았던 초기 인류는, 매일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살았을 것입니다. 내 앞에 어떤 존재가 나타나면, 적인지 우리편인지 빠르게 판단해야 했죠. 위험한 동물이 나타났는데 이리저리 살펴보며 관찰하다가는, 오래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렇게 빠른 판단을 하는 인류가 살아남아 우리의 조상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UI를 사용할 때도 비슷합니다. 처음 보는 복잡한 UI를 마주하면, 우리는 UI를 온전히 이해할 때까지 살펴보지 않습니다. “빠르게” 살펴본 뒤, “적당히” 이해하고, 작동 원리를 “자신의 이해 범위 내에서” 결론을 내리겠죠. 물론 이 판단은 서비스 제공자가 생각하는 “충분한” 이해에는 한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UI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부족한 이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사용하면 UI는 사용자의 생각과 다르게 작동할 것이며, 결코 좋은 경험으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누가 보아도 3초 안에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이 되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디자인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뇌의 이러한 특징을 고려한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상세 디자인에 들어가기 전 레이아웃Layout을 먼저 잡고, 시선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화면을 구성합니다. 시선의 흐름이 바로 뇌가 화면을 “적당히” 훑어보는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레이아웃을 고려하지 않고 픽셀 단위 그래픽 작업에만 집중한다면,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의 뇌가 그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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